[찬양묵상] 🌧️ 빈 들의 마른 풀 같이 | 아직 보이지 않아도, 은혜의 비를 기다립니다
하루를 보내고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다가,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불러왔던 찬송 한 곡을 다시 들었습니다.
'빈 들의 마른 풀 같이'
수없이 들어왔던 찬송인데, 오늘은 유난히 '빈 들'과 '마른 풀'이라는 이미지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들판은 참 쓸쓸합니다.
풀은 바싹 말라 있고, 땅은 갈라져 있으며, 아무리 둘러보아도 다시 푸르게 살아날 것이라는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문득 우리의 삶에도 그런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을 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아도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마저 다 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는 아무런 소망도 보이지 않는 시간.
오늘 이 찬송을 들으며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그때에도 하나님을 믿고 있는가.
💧 1. 소망이 보이지 않는 메마른 시간
우리는 흔히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면 마음을 놓습니다.
기다리던 일이 해결될 가능성이 생기고, 막혀 있던 길이 조금씩 열리며, 내가 예상할 수 있는 답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시는구나.'
라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는 불안해하고, 작은 희망의 조각이라도 발견해야 비로소 안심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메마른 들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들판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마른 풀이 조금 더 힘을 내어 버티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살릴 힘조차 없는 메마른 풀 위에 비가 내리면, 죽은 것처럼 보였던 땅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 시간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다고 해서
하나님께서도 해결하실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2. 나는 비가 내려야만 하나님을 믿고 있지는 않은가
성경은 아브라함에 대해 이렇게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이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으니"
로마서 4장 18절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다.'
오늘은 이 말씀이 참 어렵게 다가옵니다.
바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면 믿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결과가 보이고, 가능성이 있고,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면 누구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떨까요.
기도했지만 여전히 그대로이고,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으며,
내가 예상했던 길마저 하나둘 사라지고 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문득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비가 내릴 조짐이 보여야만 하나님을 믿고 있지는 않은가.
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야
'이제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겠구나'라고 안심하는 믿음은 아니었는지 돌아봅니다.
진짜 믿음은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내린 뒤 푸르게 살아난 들판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바싹 메마른 들판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서도 하늘을 바라보는 것.
내 눈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선하심만큼은 의심하지 않는 것.
그 믿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 3. 메마른 오늘이 하나님의 은혜까지 메마른 것은 아닙니다
메마른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는 쉽게 착각합니다.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으니
하나님께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신 것은 아닐까.
기도의 응답이 보이지 않으니
혹시 하나님께서 나를 잊으신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하나님께서 일하지 않으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땅 위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아직 하나님의 방법을 알지 못할 뿐,
하나님께서 일하실 방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나님의 때를 알지 못할 뿐,
하나님의 계획까지 멈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결과를 먼저 보여 달라고 조급해하기보다, 조금 더 하나님을 신뢰해 보고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응답해 달라고 붙잡기보다 가장 좋은 때에 가장 필요한 은혜를 주실 주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지금 내게 소망이 보여서 주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소망도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도
결국 은혜를 베푸실 분이 주님이심을 믿고 싶습니다.
어쩌면 믿음은 '곧 비가 올 것이다'라는 확신보다,
비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도 비를 내리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잊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내 앞의 들판은 여전히 메말라 있을 수 있습니다.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고,
기다리던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았으며,
내가 바라던 답도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메마른 들판만 바라보다 낙심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의 현실이 메말라 있다고 해서
하나님의 은혜까지 메마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빈 들의 마른 풀에도 단비를 내리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내 삶에도 가장 필요한 때, 가장 선한 방법으로 은혜를 부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 오늘의 기도
하나님, 눈앞의 상황이 달라져야 안심하고,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여야 주님께서 일하고 계신다고 믿으려 했던 제 연약한 마음을 돌아봅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소망이 보이지 않고, 제 삶이 빈 들의 마른 풀처럼 메말라 보이는 순간에도 낙심하지 않게 하소서.
비가 내린 뒤 푸르게 살아난 들판을 보고서야 주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아직 메마른 들판 한가운데에서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내가 원하는 때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가장 좋은 때에 가장 필요한 은혜를 부어주실 주님을 신뢰하게 하소서.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라도 주님의 선하심을 의심하지 않으며, 조급함 대신 믿음으로 기다리게 하소서.
빈 들의 마른 풀에도 단비를 내리시는 주님, 메마른 제 마음과 삶에도 주님의 은혜를 충만히 부어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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