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90 [영화 추천] 이창동 《박하사탕》 -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돌아갈 수 있는 길 “나 다시 돌아갈래!”한국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외침 가운데 하나입니다.철교 위에 선 한 남자가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칩니다.그의 이름은 김영호.마흔 살입니다.사업은 망했고,가정은 깨졌고,곁에 남은 사람이 없습니다.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이 장면에서 시작해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사흘 전,1994년,1987년,1984년,1980년 5월,그리고 1979년 가을.장이 바뀔 때마다 기차가 뒤로 달립니다.우리는 망가진 남자를 먼저 보고,그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나중에 봅니다.그리고 맨 마지막에들꽃 사진을 찍고 싶어 하던 스무 살 청년을 만납니다.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사람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는가.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런 질문도 생깁니다.돌아갈 .. 2026. 10. 10. [도서 묵상] 앤 카슨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 사랑이 떠난 자리에서 하나님께 묻다 사랑이 끝난 다음 날 아침을 기억하시나요.세상은 그대로입니다.해가 뜨고,물이 끓고,사람들은 출근합니다.달라진 것은 나 하나뿐입니다.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의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은 그 아침에서 시작합니다.첫머리에 실린 장시 「유리 에세이」의 화자는 사랑하던 남자와 헤어진 뒤북쪽 황무지에 혼자 사는 어머니의 집으로 갑니다.어머니와 부엌 식탁에 마주 앉고,요양원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고,가방에 넣어 온 에밀리 브론테를 읽습니다.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그런데 그 조용한 며칠 동안한 사람의 영혼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옵니다.그리고 책의 뒤쪽으로 가면 카슨은 방향을 바꿔하나님에 대해 직접 쓰기 시작합니다.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사랑이 떠난 자리에서 사람은 무엇.. 2026. 10. 10. [도서 묵상] 앤 카슨 《녹스》 - 끝내 다 알지 못한 사람을 보내는 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야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나는 그 사람을 잘 몰랐구나.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마지막에는 어떤 얼굴이었는지.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물을 사람이 없습니다.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의 《녹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책이라고 부르기도 조금 어렵습니다.상자를 열면 아코디언처럼 길게 접힌 종이 한 장이 이어집니다.그 위에 낡은 사진, 찢어진 편지, 우표, 손글씨, 그리고 사전의 낱말 풀이가 붙어 있습니다.카슨이 오빠 마이클의 죽음 뒤에 직접 만든 수첩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오빠는 젊은 날 고국을 떠났습니다.이름을 바꾸고 여러 나라를 떠돌았습니다.22년 동안 가족에게 닿은 것은 엽서 몇 장과 전화 몇 통이 전부였습니다.어머니는 아들의 소식.. 2026. 10. 10. [도서 묵상]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 세상이 나를 괴물이라 부를 때 누군가가 나를 한 단어로 정의해버린다면 어떨까요.이상한 사람.문제 있는 사람.실패한 사람.상처 많은 사람.혹은,괴물.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에는 정말로 괴물이 등장합니다.그의 이름은 게리온.온몸이 붉고 등에 날개가 달린 존재입니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게리온은 영웅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해야 하는 괴물이었습니다.그런데 고대의 시인 스테시코로스는 이 이야기를 영웅이 아니라 괴물의 자리에서 노래했습니다.앤 카슨은 그 시선을 이어받아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괴물을 죽이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괴물이라고 불린 존재가 직접 써 내려가는 이야기로 다시 시작합니다.카슨의 게리온은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소년입니다.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상처받고,외로워하고,사진을 찍고,자기 이.. 2026. 10. 9. [도서 묵상] 조창인 《등대지기》 -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불을 지켜야 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계속해본 적이 있나요?잘해도 박수받지 않고,실수했을 때만 누군가 알아차리며,내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를 지켜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그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조창인의 《등대지기》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입니다.주인공 재우는 외딴섬 구명도에서 등대를 지킵니다.석 달에 한 번 행정선이 오갈 정도로 육지와 떨어진 곳.그곳에서 재우가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밤이 오면 빛을 밝히고,바다 위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누군가가 그 빛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는 것.하지만 정작 그 빛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등대지기의 이름을 모릅니다.누가 밤을 지새웠는지도,누가 폭풍 속에서 시설을 점검했는지도,그 .. 2026. 10. 8. [수요설교] 산 소망 - 송정훈 목사(2026.09.02) 가을 하늘 아래 떠올리는 참된 '산 소망'의 의미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에게 주신 하늘 소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은 살아야 할 의미와 참된 소망을 찾지 못해 무력감이나 절망에 빠지곤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살아야 할 의미를 품고 끝내 살아남았듯, 소망은 사람의 생을 지탱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그러나 세상의 희망은 될 듯 말 듯 마음을 애태우는 '희망 고문'이 되거나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기 쉽습니다. 반면, 성경이 말하는 크리스천의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확실한 약속입니다. 생명의말씀선교회 송정훈 목사의 수요설교(베드로전서 1장 3절~9절)를 통해, 우리 영혼을 굳건히 붙.. 2026. 10. 5. 이전 1 2 3 4 ··· 82 다음